키키생각

깨달아가는 삶

키키 ^^v 2007. 3. 2. 09:42

지금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을 살아오면서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안해본 건 아니었지만 죽음은 내게 있어서 그저 철학같은 한 단어로써만 존재했던 것 같기도 하다.
죽음을 이야기할 땐 난 죽음 그 자체만을 두고 한없이 무거운 주제에 걸맞지 않는 발언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아직까지 난 잘 모르겠다. 내가 죽음 앞에 서면... 어떤 생각을 하고 또 삶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강하게 생길지... 이번에 난 귀한 경험을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과 삶을 마치 종이 한장의 간격으로 오갈때 난 삶에 대한 새로운 눈을 갖게 되었다.
죽음이 나의 현실 속에 가깝게 다가왔을 때 그것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무섭고,
훨씬 더 강력한 것이었다. 죽음 앞에선 내가 살면서 놓지 못했던 것을 놓게 되었고, 내가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내가 살면서 허용할 수 없는 것을 허용하게 되었고, 내가 살면서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것이 죽음의 힘이었다.
나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닐거라는 막연한 생각과 무의식 속의 그 어떤 확신감도 이젠 들지 않는다.
차가운 병원바닥에 무릎 꿇고 기도하던 나의 모습도, 밤을 뜬 눈으로 지새며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던 그 바램도, 내가 정말 지키지 못할 것만 같았던 약속까지 굳게 하면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겐 정말 필요했던 것 같다. 그런 내 속에 숨겨진 새로운 모습들을 확인하면서 난 한 뼘 더 클 수 있었던 것 같다. 멈추지 않던 눈물 속에서 난 하나님께 매달렸다.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곤 그것밖에 없었음에 더 절망할 수도 있었겠지만 난 그것이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면서 매달렸다.
제발 살려달라고... 아직 데려가시면 안된다고... 다른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면서 왜 그렇게 회개기도가 나오던지... 더 사랑하지 못함에 회개하고, 더 용서하지 못함에 회개하고 또 회개하며 난 기도했다. 지금도 그 때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 한켠이 아려오면서 감사함을 느낀다.
난 알 수가 없다. 내 인생의 끝이 언제일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인생의 끝이 언제일지...
내 옆에 살아 있을 때 더 사랑하고 표현하자. 내 옆에 살아 숨쉴 때 더 꼭 안아주자.

많은 것을 배웠다. 어쩜 글로 표현한 부분은 지극히 작은 부분일련지도 모른다.

난 지금도 내게 주어진 이 순간에 감사한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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