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

작별 인사

화창한 식목일 날 아침, 이모가 아주 멀리 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가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지만 아파서 이 세상을 일찍 등지는 경우도 참 많다. 오랜 시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해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마지막은 참으로 익숙해질 수 없는 그런 당황감의 순간일 뿐이다. 한국에 와서 살다 보니 경사도 많지만 조사도 참 많이 곁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 동안 외국에 살아서 서로 자주 만나고 살 부비며 생활할 수 있는 기회는 적었으나 작은이모는 내게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엄마랑 나이차이도 얼마 나지 않고 우리 이모들 얼굴 속에 엄마 얼굴이 보일만큼 서로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어..

키키생각 2013.04.09

멀리 가는 물 -도종환-

어떤 강물이든 처음엔 맑은 마음 가벼운 걸음으로 산골짝을 나선다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해 가는 물줄기는 그러나 세상 속을 지나면서 흐린 손으로 옆에 서는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미 더럽혀진 물이나 썩을 대로 썩은 물과도 만나야 한다 이 세상 그런 여러 물과 만나며 그만 거기 멈추어 버리는 물은 얼마나 많은가 제 몸도 버리고 마음도 삭은 채 길을 잃은 물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는 물을 보라 흐린 것들까지 흐리지 않게 만들어 데리고 가는 물을 보라 결국 다시 맑아지며 먼 길을 가지 않는가 때 묻은 많은 것들과 함께 섞여 흐르지만 본래의 제 심성을 다 이지러뜨리지 않으며 제 얼굴 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멀리 가는 물이 있지 않는가. 우리 세상 사는 이야기를 다 담고 있는 시. 도종환님의..

키키생각 201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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