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담긴 풍경

소설 '잊혀진 비밀' 중에서

키키 ^^v 2007. 6. 9. 01:07

일교차가 심한 5월, 밤바람이 꽤 서늘하다. 이상하게 손이 차갑다.
손에서 식은 땀이 나면서 손가락 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이 느껴진다.
"왜 이렇게 손이 차가워?" 그가 속상한 듯 그녀의 손을 꼭 움켜잡는다.
연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소리 없는 미소로 대답을 대신한다.
따뜻한 그의 기온이 느껴진다. 이 상황이 아직도 많이 어색하기만 하지만 마음만은
어느새 익숙해져가고 있는가보다.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의 전율이 마음까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을 보면. 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참 예쁘다. 참 부드럽고 예쁘다.
순간 다른 그 어떤 생각도 떠오르질 않는다. 급격한 감정변화로 인해 들었던 자괴감,
시작부터가 어쩌면 잘못 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아무런 근거없는 생각들이 며칠 그녀를
괴롭혔다. 굳게 닫힌 마음에 그 누구도 비집고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미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 자신을 바라보며 연이는 당황했다.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이미 끝이 보인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하지만 이 순간, 그의 손안에 꼭 들어간 자신의 차가운 손이 서서히 따뜻해짐을 느끼며
연이의 마음도 그렇게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따뜻해졌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방긋 웃어본다. 그리곤 손에 힘을 준다.
스스로에게 용기를 더하듯이, 스스로에게 시작임을 강조하듯이, 힘껏 그의 손을 잡았다.


-------------------- '잊혀진 비밀' 중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