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미수다에 출연하는 베라가 쓴 한국에 관한 책이 독일에 출판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런데
소문에 의하면 내용이 한국 비하 발언 및 독설에 가깝다는 말을 들었다. 난 독일에서 산지 굉장히 오래 되었고 (한국에서 산
날들보다 독일에서 산 날들이 더 많다, 이젠) 베라가 한국에 대해서 어떤 글들을 썼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특히나 네티즌들을 광분하게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내가 검색해본 결과 베라의 독일 블로그를 찾아낼 수 있었고 그녀가 쓴 포스팅들을 읽어볼 수가 있었다.
베라의 책은 아직 못 읽어봤다. 사실 그다지 돈 주고 사서 읽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어서 앞으로도 읽어볼지
말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일단 그녀의 글을 읽고 느낀 점을 몇가지 간단하게 말한다면...
"베라는 천상 독일여자다."라는 점이다. 한마디로 독일말로 표현한다면 typisch deutsch다.
독일에서 정말 흔히 볼 수 있는 섬머슴아같고 아시아 여자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것들에 대해 경악해하는 그런 부류의 여자이다. 학교 생활 하다보면 꼭 저런 얘들이 몇명은 있다. 그리고 말투가 굉장히 직설적이고 말투 역시 굉장히 독일스럽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독일스럽다라는 표현은 무뚝뚝하고, 거침없고, 뭔가 비꼬는 듯한 하지만 꼭 비꼬는 것은 아닌. 투박한 표현을 말하는거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들을 읽으면서 베라의 말투가 원래 그렇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꼭 악의가 담겼다기 보다는 원래 말투가 그런 거 같았다. 표현력도 그렇고. 역시 내가 싫어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나쁘게 보려면 한도 끝도 없는
오해를 낳을 소지는 있어 보였다.
베라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고 비판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내 느낌과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는 것이다.
독일에서 오랜 시간 살면서 독일에 대한 좋은 감정보다 나쁜 감정들이 좀 더 많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부분에 대해서
좀 조심스러운 건, 난 다행히 독일에 살면서 나쁜 사람들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났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의 문화나 사고방식이나 아직까지 정이 안가는 부분들이 있는 건 사실이고
나한테 독일에 관한 책을 내라고 한다면 역시 좋은 점보다 안 좋은 점을 더 많이 쓰게 될지도 모르겠다.
일단 타향살이를 하게 되면 알게 모르게 받는 스트레스가 있을 것이고, 대놓고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또 아니기에
더욱이 애매모호한 상황이 닥쳤을 때 혼자서 괜히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긍정과 부정이 어쩜 종이 한장 차이의 생각일 수도 있기에 난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주위에 독일 유학생들만 봐도 독일 사람들에 대한 악감정은 분명 넘친다. 특히 비자를 받으려면 외국인암트에 가야 하는데 거기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불친절함은 이루 말할 수도 없고, 들은 사례를 하나하나 다 쓰려면 정말 책 한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베라 역시 외국에서 살면서 한국인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을련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베라같이 독일스러운 여자가
한국에서 산다는 건... 내가 그냥 객관적으로 봐도 참 안 어울리고 안 맞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 정도로 독일과 한국의 문화의 차이는 굉장하다. 내가 베라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베라가 남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베라 남친의 어머니 처음부터 베라를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으셨을거다. 일반적인 한국 어머니라면 외국인 며느리를 두 손 벌려 환영하는 경우는 드물거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라 남친의 어머니 같은 경우, 어느 정도 인정하시고, 베라랑 친해지기를 원하셨을 거다. 베라가 한국말을 그리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의사소통에도 어느 정도 어려움이 있었을 거다. 베라 남친 어머니께서 베라 손을 가끔씩 어루만지시며 말씀을 하신다고 했다. 어린아이 다루듯이. 베라는 그 점을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할머니가 아이가 얼마나 살이 쪘을까 안 쪘을까 잡아 먹어도 될까 안될까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표현했다. 물론 한국에는 채식주의자가 많이 없고 외국 여자가 깡 마르고 하니 고기 안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아들 여친이 건강하기를 바라시는 마음에 손을 만졌을 수도 있겠다. 분명 애정의 표현이었을터인데 상대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불편해하는 거다. 이게 바로 문화 차이다. 그런데 그 표현에 있어서 내가 놀란 건 사실이다. 표현이 너무 무섭지 않은가...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할머니라니... -_-;;;
책을 내는건 자유라고 생각한다. 한국에 대해서 좋지 않는 발언을 하는 거 역시 자유다. 개인적인 생각이고 그것을 표현했을 뿐이니까. 베라가 쓴 책에 안 좋은 내용만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물론 표현자체가 다르고 사고가 다르기에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소지는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든다.
베라는 2년 정도 한국에 살았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땐 베라가 한국을 그만큼 잘 몰랐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람들의 성향을 잘 알았더라면 표현에 있어서도 좀 조심했을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베라 독일 블로그까지 찾아와서
악설을 내뱉은 한국 네티즌들의 행동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멜을 보내는 것도 아니고. 네티즌들이 그러는 것 역시 한국의 문화에 먹물 튀게 하는 행동들이기 때문이다.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들의 (물론 일부겠지만) 그런 행동은 정말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읽어본 결과 솔직한 생각들에 대한 표현의 과격함과 (근데 독일에서는 그런 말투의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백프로 한국 문화를 흡수하고 이해하지 못한 베라의 생각에서 나온 결과물인 것 같다. 하지만 네티즌들도 조금은 이해를 해줘야 하는 부분들도 있겠다. 세상은 넓고, 문화 차이는 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문제는 한사람의 개인적인 생각이 책으로 출간되 "한국이란 나라는 그렇더라"라는 안 좋은 생각이 외국인들에게 자리잡을까봐 걱정이 되는 것일거다. 이 점은 읽는 사람들의 생각과 사고에 달린 문제니 어쩔 수는 없겠지만 베라가 책을 출판한 건... 글쎄... 좀 서두른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거 같긴 하다.
내가 좀 걱정되는 부분은 이 일을 통해서 베라와 베라 남친 사이에 금이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베라가 미수다에서 얼마나 한국에 대해서 좋은 점을 말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다 좋을 수 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독일에서 살았지만 독일 정말 정 안가고, 좋지만은 않는 것이 실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나도 독일에 대한 과격한 내용의 책을 함 내볼까나? ㅋㅋㅋ 그러면 독일 네티즌들도 나 독일에서 뜨라고 난리칠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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