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담긴 풍경

가슴속의 주머니

키키 ^^v 2007. 9. 22. 21:20

연이는 그 말이,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그 사랑한다는 말이 입속에서 맴돌기만 했다.
내뱉으면 그만인 것을 그것이 왜 그렇게 힘이 들던지... 가슴 속에서 정말 그 누군가
그녀의 모든 오감이 담긴 찢어지긴 쉬운 주머니를 바늘로 콕콕 찌르듯이 아려왔다.
그의 말을 들으면 들을 수록
눈물이 맺히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가슴이 아프다' 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그 아픔이 온 몸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사랑해, 많이 사랑해." 수화기 넘어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아픔을 참으며 눈물이 글썽이는 것을 막으려고 애써 눈을 깜빡거리며 대답했다.
"사랑한다는 말이 그렇게 힘들어? 왜 먼저 안해주는데~ 한번 해주면 좀 좋아?"
그가 웃으면서 핀잔을 준다.
연이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촛점없이 먼곳을 응시한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말한다.
'너무 말하고 싶어. 너무 말하고 싶어서 정말 미치겠는데 가슴이 너무 아파.
자꾸 누가 찔러, 내 가슴을. 너무 아파서 말을 못하겠어...'
눈물 한 방울이 떨어진다. 가슴속의 그 주머니에 구멍이 났나보다.
한방울씩
한방울씩
계속 흐른다.


-소설 '잊혀진 비밀' 중에서-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