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생각

작별 인사

키키 ^^v 2013. 4. 9. 19:10
화창한 식목일 날 아침, 이모가 아주 멀리 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난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가는 것이 이 세상의 이치지만 아파서 이 세상을 일찍 등지는 경우도 참 많다. 오랜 시간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해도 사랑하는 한 사람의 마지막은 참으로 익숙해질 수 없는 그런 당황감의 순간일 뿐이다. 한국에 와서 살다 보니 경사도 많지만 조사도 참 많이 곁에서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그 동안 외국에 살아서 서로 자주 만나고 살 부비며 생활할 수 있는 기회는 적었으나 작은이모는 내게 생각보다 아주 가까운 사람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엄마랑 나이차이도 얼마 나지 않고 우리 이모들 얼굴 속에 엄마 얼굴이 보일만큼 서로 많이 닮아 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어도, 다시 만났을 때 왠지 모를 편한 그런 느낌이 있다. 작은이모는 나 결혼할 때 "다른 조카들보다 내가 니 더 많이 예뻐했었다고. 내가 니 어렸을 때 얼마나 이뻐했었는데... 꼭 예쁘게 잘 살아야 한다." 애교 많은 작은 이모는 그렇게 살갑게 내게 말하는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어릴 때 이모네 놀러가서 사촌들이랑 놀던 것도 다 기억나고 이모 우리 독일 집에 놀러오셨을 때도 생각나고. 술 마시고 날 껴안고 우시면서 "니는 내 맘 알지." 하셨던 것도 기억난다. 그 땐 솔직히 잘 몰랐지만. 이모를 토닥거리면서 "응. 알지. 내가 이모맘 다 알지." 이랬었다. 어제 장지에서 이모 보내면서 그 때 그 맘들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이모... 이제 이모 마음 좀 알 것 같아. 이모 많이 힘들었겠다. 이모 이제 편히 쉬어.' 사촌의 울음소리에 나도 쉴새없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렇게 아픈 것을. 이렇게 슬픈 것을. 인생이란 참 알 수가 없는 것을. 또 한발자국 죽음이 우리의 인생에 다가온 것을.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은 가고 나의 인생은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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