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키: (옛날 사진을 핸펀으로 뒤적이며) 자기야! 우리 작년까지만 해도 사진 많이 찍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사진이 별로 없다.
신랑: (아쉬워하며) 그러게... 사는게 참 그러네... 여유가 없었다.
키키: (당장 핸펀 카메라를 켜며) 사진 찍자!
두사람은 이내 키득키득거리며 누운채로 사진을 찍는다. 엽기적인 표정도 지어보고,
뽀뽀도 해보며 찰칵찰칵. 그런데도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은 올릴 수 없음. ^^;;;)
며칠 뒤... 6월의 어느 토요일. 어김없이 학교로 향한 신랑이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오는 길, 톨을 지날 때쯤 어김없이 전화가 온다.
신랑: (살짝 상기된 목소리) 자기야. 오늘 하늘이 너무 예쁘다. 우리 오랜만에 드라이브나 할까?
키키: (급신남) 어. 좋아좋아. 나 준비하고 바로 나갈게!
신랑: (차안에서) 어디로 갈까? 드라이브 가고 싶은 곳 없어?
키키: (결정장애가 있지만 극복하려함) 음... 남한산성 가볼까? 오랜만에?
그렇게 둘은 남한산성으로 드라이브를 간다.
가는 도중 결정장애의 잔재... 갑자기 난 에버랜드 얘기를 한다. 거기도 한동안 못가봐서
가보고 싶다고. 걷기도 좋고, 동물도 보고 싶다고. 놀이기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신랑을 생각해서 놀이기구는 안 타도 된다고라고 말하며. 사실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 나 역시 그렇게 좋아하는 놀이기구지만 꼭 타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신랑: (마누라의 의견을 적극 존중하는) 그러게! 에버랜드도 있었네. 왜 거기 생각을 못 했을까? 지금이라도 방향 바꿀까? (갓길에 차를 세우며 거리를 검색) 한시간 넘게 걸리네...
키키: 넘 오래 걸린다. 그냥 가던 길 가자. 에버랜드는 다음에 가자.
신랑: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우리 마누라 동물원도 좋아하는데.
키키: (피식) 그렇지. 좋아하지.
남한산성에서...
저번에 몇 번 차 세우던 주차장에 차가 좀 많은 듯 하여 좀 더 안 쪽으로
들어가서 차를 세웠다. 거기 앞에 개원사가 있는 줄 몰랐는데 안내지에 보니 주차장에서
바로 올라가면 개원사가 있다는거다. 날도 덥고, 오래 걸을 생각은 아니었기에 우린 그냥
개원사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조용하고, 사람 없고, 한적해서 좋았다.
바람도 좋고, 푸른 나무도 좋았다.
예쁜 하늘도 충분히 감상하고 그렇게 좀 앉아 있다가 왔다.
저녁을 어디서 먹을지 좀 고민하며 아직도 식지 않은 햇볕 아래 좀 걸었는데 결국은
다시 주차장쪽으로 돌아와 개원사 올라가는 입구에 있는 식당에서 백숙을 먹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가 아쉬워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렀다. 예전에 지인들과 가봤던 곳인데
분위기가 좋아서 다음에 꼭 신랑이랑 다시 와야지 했는데... 드디어 왔네! ^^
테라스 자리에 앉아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 할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다. 잠시 아무 이야기를 안하고 앉아 있었던 순간도 좋았다.
순간순간이 감사하다는 것을... 새삼 또 느끼며 그렇게 따뜻한 마음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