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담긴 풍경 24

기억하다

진실, 정의, 사랑, 이해... 정말 수도 없이 좋은 말들은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말들을 좋아하는만큼 또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한다. 나도 그렇다. 하지만 내가 내뱉는 말에 내가 옮기는 행동에 이런 말들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게 될 때의 당혹감과 부끄러움이란...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꿋꿋하게 뻔뻔함이라는 껍질에 그것들을 포장한다. 더욱 무섭고 두려운 건 어느 날 내가 그 좋은 말들을 다 잃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고 망각하게 될까봐. 말도 안되는 자기합리화로 나 자신을 똘똘 뭉쳐 감싸면서 말이다. 기억하다. 작성일: 2009년 늦은 봄

지금 난 어디쯤...

모두가 다 힘든 길이라고 한다. 왜 편한 길을 놔두고 구지 그리로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냐고 한다. 첨엔 만만하게 보였다. 다 참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가 않다. 의지의 문제인건지 의리의 문제인건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어지럽다.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인생은 내가 선택하기도 전에 이미 내 것이 되어버렸으니까.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그런 것은 상관 없다. 돌아갈 수는 있다. 계속 갈 수도 있다. 난 내 인생을 자로 재고 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저울질하며 살고 있다. 갈팡질팡 하고 있어서 난 늘 그자리에 머무는가보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으니까.

서랍속의 추억

나의 마음 속에는 생각만 해도 마음 따뜻해지는 사람들과 기억들이 있다. 어쩌면 일방적인 짝사랑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 있어선 너무 애틋하고 소중하다. 그래서 자꾸만 생각나고 그립다. 삶은 진행형이지만 추억만큼은 한 자리에 머무른다. 거기서 꼼짝도 하지 않기에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의 거리가 생겨 희미하게 보일 때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표현을 쓰기도 하나보다. 서랍 속의 추억이라는... 넣어두고 싶으니까. 언제든지 꺼내볼 수 있도록.

첫눈

저녁 때에 비해서 밤공기가 조금은 덜 차가운 것 같았다. 그러나 이내 부는 바람의 차가움이 가슴속까지 차고 들어오는 것 같았다. '겨울이 오긴 왔군...' 나즈막히 혼자서 중얼거렸다. 아무도 없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진다. 비는 아니고... 그렇다. 눈이었다. 하지만 첫눈으로 인정하기엔 너무 시시한 눈이었다. 비같은 눈. 함박눈이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첫눈을 맞고 싶었는데 비처럼 내리는 눈을 애써 외면해버린다. 끝까지 눈이 아니라고 혼자서 우기며 말이다. 그렇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고집하고 싶었다. 첫눈이 아니라고. '이건 첫눈이 아니야. 소원 절대 안 빌어!' 혼자서 또 중얼거리며 버스에 올랐다. 한 정거장만 가면 되는 거리지만 기어코 자리를 잡..

농담/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키키느낌: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그냥 추억을 되뇌이는 그런 몽롱하고 약간은 씁쓸하지만 싫지는 않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지은이와 제목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농담이란다. 제목이. 농담... 왜 농담이지? 허... 이렇게 가슴을 무게있게 눌러주는 말을 해놓고선 농담이래... -_-;; 어쩜... 이런 식으로 누군가를 진정 그리워하면서 맘을 표현해놓고선 자신의 처지가 너무 안쓰러워서..

머무는 시선

머리 속의 어떤 것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남아 있는 것 같다. 깨끗하게 씻어 버리려고 해도 여기 저기 오랜 시간동안 배어버려서 그 냄새와 시선이 계속 머문다. 그 자리에서... 아직까지도... 내 기억과 함께. 어쩜 지우고 싶지 않은 걸 수도. 내가 힘들 때 꺼내서 보고 싶은 걸 수도. 나를 위한 걸 수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립고, 아련하고, 아프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품고 있으면서 주질 못하는데 이 사람은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사랑을 하나도 남김없이 내게 안겨줍니다. 이미 자기 것이 아니니 다 가져가라고 합니다. 난 다 줄 수 없는데 그래도 괜챦냐고 물어봅니다. 그 사람이 준 사랑과 내 가슴 속에 있는 사랑이 하나가 되기에 괜챦다고 합니다. 그저 관심어린 손길로 잘 보살펴주면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난 그 사람의 사랑을 가슴에 품게 되었고 물을 주고, 햇빛을 보게 해주며, 사랑의 속삭임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게 합니다. 내가 아는 그 사람은 오늘도 어김없이 사랑나무의 든든한 거름이 될 사랑을 내게 한아름 가득히 안겨줍니다. 함박꽃이 피었습니다. 향기가 납니다. 그렇게 난 내 안의 사랑나무와 하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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